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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능력 소금처럼 녹여 사회 위해 써볼까요”

"/" 2013. 8. 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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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재력·능력 소금처럼 녹여 사회 위해 써볼까요”

등록 : 2013.08.04 19:28 수정 : 2013.08.04 21:02

 

이제민(65·에드워드) 신부

‘녹는 소금’ 운동 벌이는 이제민 신부
“소금 안 녹으면 쓸모없는 존재이듯
소유물 쌓아만 두면 의미없지 않나”
국정원 비판 시국선언에도 동참
“종교인 사회문제에 무심할 수 없어”

“자신의 재력과 능력을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그것을 모두 쓰지 못하고 쌓아뒀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경남 밀양시 하남읍 명례리에서 명례성지 조성사업을 추진중인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 이제민(65·에드워드·사진) 신부는 4일 ‘녹는 소금 운동’이 우리 사회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명례성지는 1897년 경남에서 처음으로 성당이 세워진 곳이고, 국내 첫 사제품을 받은 강성삼(1866~1903) 신부의 첫 부임지다. 또 천주교를 믿다 순교한 소금장수 신석복(1828~66)이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2009년부터 명례성지 조성사업을 맡은 이 신부는 2011년 아예 이곳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신석복 순교자의 삶을 통해 ‘녹는 소금’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녹이는 것처럼, 우리 모두가 사회를 위해 나 자신을 녹인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금은 자신을 완전히 녹여 없앰으로써 다른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세상에 소금이 아무리 많아도, 자신을 녹이지 않으면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이기도 하죠.”

‘녹는 소금’ 정신은 사회운동으로도 연결된다. 그는 지난달 29일 경남 창원시 양덕성당에서 열린 천주교 마산교구 소속 신부들의 시국선언에도 참여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대학과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신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고, 30여권의 종교서적을 낸 이 신부는 대표적 신학자로 꼽힌다.

국정원의 대통령선거 개입을 비판하는 시국선언을 두고 ‘성직자가 정치에 관여한다는 비판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 신부는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우리 사회 문제에 무심할 수 없고,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종교적 삶에 무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창조라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창조물 속에 자신의 혼을 온전히 집어넣어야 비로소 창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라는 단어에서는 혼이 깃든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그는 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말도 이상하다. 새로운 단어가 하나 만들어지려면 역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과정을 무시하고 단어만 새로 만들어 국민들에게 이해하라고 요구하면 곤란하다. 실제로 지금 남북관계에는 신뢰가 아닌 불신만 쌓이고 있지 않나. 이 단어를 만든 사람 스스로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정말 쓸 데 없는 일을 했어요.”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가리킨 낙동강에는,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의 흐름이 늦어지면서 생긴 녹조가 넓게 퍼져 있었다.

밀양/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