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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의 목소리가 본 교황 "더 힘들지만 더 재밌다"복사하기

"/" 2013. 12. 13. 18:59
 
바티칸의 목소리가 본 교황 "더 힘들지만 더 재밌다"

교황청 공식 방송국인 ‘라디오 바티칸’은 매일 교황의 말을 44개 언어로 방송한다. 60개국 출신 400명의 라디오 바티칸 직원들은 교황 프란치스코 취임 이후 일이 늘었지만 더 재밌게 일하고 있다고 11일 슈피겔에 전했다.

라디오 바티칸 기자인 안네 프레켈은 “교황이 전임 교황보다 우리 일을 더 힘들게 만들지만 더 재밌다”고 말하고 있다. 슈피겔캡쳐(http://www.spiegel.de/international/world/free-speaking-pope-creates-challenges-for-journalists-at-radio-vatican-a-938389.html)

 
교황 프란치스코는 매주 수요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평신도들을 만나는 일반알현 시간을 보낸다. 전임 교황보다 한 시간 이른 오전 9시30분에 광장에 나와 평신도들과 격의없이 만난다.

지난 11일에도 한 경찰관은 교황에 입맞춤을 했고, 세
어린이들은 교황의 하얀 모자를 잡고 가져가려 했다. 코가 없는 한 남성에게 다가가 이마
를 맞대고 “나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는 말을 건넸다. 교황의 소탈하고 유머러스한 면모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장면을 500m도 되지 않는 장소에서 늘 지켜보는 사람들이 라디오 바티칸 직원들이다. 독일 베스트팔렌주 출신의 기자 안네 프레켈도 그 중 한 명이다. 프레켈이 지켜보는 생방송 화면에서 교황은
고백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 역시 고백하러 가고, 자신 역시 죄인이라고 말했다. 군중을 바라보며 더 깊고 강한 목소리로 신도들과 대화
를 나눴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좋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옮기는 것은 사실 프레켈에게 위험하기도 하고 진땀나는 일이기도 하다. 교황의 말이 전체 맥락에서 떼어내져 왜곡되면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독일 남부 레겐스부르크에서
연설
할 당시 한 문장이 이슬람에 비판적으로 비쳐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매일 교황의 말을 44개 언어로 전하고 39개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어디로 튈 지, 무슨 말을 할 지 모르는 새 교황이 취임한 이후 일은 더 어려워졌다. 프레켈은 교황이 “여러분의 죄를 고백하는 걸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수천번 불안해 하는 것보다 한번 부끄러운 것이 더 낫습니다”고 말하자 이날 오전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프레켈은 “교황은 우리를 전임자보다 우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지만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프레켈의 상사인 안드르제이 코프로브스키 제작국장은 “교황은 매일 오전
설교
를 행하면서 농담을 건네길 좋아하고 교황청 국무원이 써준 원고에 얽매이지 않는다”며 “때로 정말로 진땀나는 순간도 있는데 교황의 말이 만다린어로는 어떻게 될지, 스와힐리어로는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맞는지, 세네갈 말로 이렇게 옮기면 그를 이해할수 있을까라고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날 일반 알현은 점심때까지 이어졌다. 교황은 아이들이 그린 하얀 로브를 입은
남자를 보고 “이 못생긴 남자는 누구냐”고 물었고 아이들은 꽥 소리
를 내며 “당신이다”고 외쳤다. 라디오 바티칸은 이런 장면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교황이 말하는 모든 것은 ‘성 천사의 성’(Castel Sant‘Angelo)와 교황청 사이에 난 비밀통로에 저장된다. 라디오 바티칸 직원들은 교황이 지금 수준으로 계속 활동한다면 저장 공간이 다 차버릴 것이라고 농담을 건넸다.